경찰이 쏜 권총 실탄을 맞고 숨진 50대 광주 스토킹 용의자는 당초 알려진 3발이 아닌 2발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부검 1차 소견이 나왔다. 사망에 이르게 한 원인은 ‘총상에 의한 복강 내부 과다출혈’인 것으로 잠정 파악됐다.
27일 광주경찰청에 따르면 스토킹 의심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흉기를 휘두르다 권총 실탄에 맞아 숨진 A(51)씨는 발사한 실탄 3발이 아닌 2발만을 맞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과수 부검의는 실탄 1발이 A씨 왼쪽 가슴 아래(횡격막 근처)에 박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다른 1발은 배와 오른쪽 옆구리를 거쳐 관통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관이 쏜 나머지 1발로 인한 총상은 사체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사건 직후 사체 검시에서는 실탄이 몸 안으로 들어갈 때 나는 구멍(사입부), 체내 관통 뒤 몸 밖으로 빠져나온 구멍(사출부)을 정확히 구분하지 못해 A씨가 3발의 총상(사입부 3개)을 입은 것으로 봤었다.
국과수 정밀 부검 결과를 토대로 경찰은 A씨가 휘두른 흉기에 다친 B(54)경감이 권총 실탄 3발을 발사했으나 2발만 명중, 나머지 1발은 빗나간 것으로 보고 있다.
A씨가 어느 부위에 먼저 실탄을 맞았는지는 과학적으로 증명이 불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사격은 지근거리에서 이뤄진 것으로 국과수는 분석했다. A씨와 B경감이 지극히 가까운 거리에서 사격이 이뤄졌다는 뜻이다.
부검의는 A씨가 사망에 이르게 된 원인으로 왼쪽 횡격막 아래에 난 총상이 컸다고 봤다. ‘복강 내부 과다 출혈이 1차 사인으로 보인다’는 소견이다.
국과수는 A씨가 사건 당시 약물을 투약했거나 술에 취한 상태였지를 알아보기 위해 시료를 채취, 약독물과 음주반응 조사를 위한 추가 분석에 들어갔다. 이후 모든 분석 결과를 토대로 종합적인 사인 분석 소견서를 내놓을 예정이다.
앞서 지난 26일 오전 3시3분께 금남지구대 소속 B경감과 동료 경찰관은 ‘수상한 남성이 가방을 든 채 뒤에서 쫓아왔다. 현관문 비밀번호도 엿본 것 같다’는 스토킹 의심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B경감은 4분 뒤인 오전 3시7분께 금남공원 인근 골목길에서 A씨를 발견, 순찰차에서 내렸다. 이후 “선생님 거기 서세요”라고 하자 돌연 A씨가 종이가방에서 흉기를 꺼내 공격했다.
‘흉기를 내려 놓으라’며 여러 차례 고지했으나 A씨는 불응했고 제압 과정에서 서로 뒤엉키기도 했다. 동료 경찰관이 A씨에게 테이저건(전자충격기)을 쐈으나, 두터운 외투 탓에 테이저건에서 나온 전극 침(바늘) 2개가 피부까지 닿지 않아 제압되지 않았다.
A씨는 B경감의 얼굴을 흉기로 한 차례 다치게 했고, 순찰차 앞쪽으로 옮겨가 경찰관들과 대치했다. 다친 상황에서도 B경감은 사격 고지 뒤 권총(38구경 리볼버)으로 공포탄 1발을 쐈지만 A씨는 물러서지 않았다.
되려 다른 경찰관에게 다가가 위협했고, B경감이 다시 다가오자 A씨는 또 흉기를 휘둘렀다. 흉기로 목·얼굴을 겨누며 재차 공격하려 하자, B경감은 1~2초 간격을 두고 실탄 3발을 발사했다.
총상을 입은 뒤에도 골목길을 돌아 금남공원 방향으로 약 20m 거리를 이동한 A씨는 오전 3시10분께 지원요청을 받고 뒤이어 출동한 경찰관이 쏜 테이저건을 맞고 쓰러졌다.
치명상을 입은 A씨는 119구급대의 응급조치를 받던 중 심정지가 왔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오전 3시32분께 사망 판정을 받았다.
B경감도 A씨가 휘두른 흉기에 얼굴을 크게 다쳐 응급 수술을 받았다. 공격 제지 과정에서 넘어지며 머리도 다쳐 뇌출혈 치료도 받고 있다. 생명에 지장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현장 주변 7곳에서 확보한 폐쇄회로(CC)TV와 바디캠 등을 통해 사건을 재구성하고 있다. 범행 전 A씨의 행적도 추적, 계획 범죄 여부와 범행 동기 등 자세한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실탄 사격을 한 B경감의 총기 대응 과정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나, 하반신이 아닌 상반신에 실탄을 발사하게 된 과정 등 전반적인 대응 과정도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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