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에콰도르 등 태평양 연안에 이어 경북 경주에서도 국내 관측 이래 가장 강력한 지진이 발생하면서 ‘지진 공포’가 커지고 있으나, 광주와 전남지역 건축물의 상당수는 내진설계가 미흡해 지진에 매우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광주시가 시의회에 제출한 지역 건축물 내진성능 확보 실태에 따르면 지진에 견딜 수 있는 내진 성능을 갖춘 건축물은 34.6%에 불과했다.
더욱이 내진 성능이 비교적 양호한 공공기관을 제외하고 민간 주택만을 대상으로 할 경우 비율이 평균 5% 수준에 머물렀으며, 오래된 건물이 밀집돼 있는 동구, 북구 일부 지역의 내진 성능 확보 비율은 2%에도 미치지 못했다.
특히, 학교의 경우 내진 설계 대상 864개 건물 가운데 219개(25.3%)에 그쳐 전국 평균 31%를 크게 밑돌았다.
상황이 이럼에도 내진 보강사업은 재정난 등으로 더디기만 해 2010년 이후 5년 간 광주는 45억3000만원을 들여 9개교 17곳을 보강하는데 그쳤다. 올해는 교육부 예산 18억8200만원을 포함한 37억9300만원을 들여 5개교 13곳만 보강사업이 진행중이다.
전남지역 학교, 병원, 철도, 고속도로, 댐, 터널 등 공공시설물의 내진보강률은 지난해말 현재 5490개 중 2110개로 38% 수준이다. 10곳 중 4곳이 지진에 무방비한 상태다.
특히, 학교시설은 1684개동 가운데 389개동(23%)만 내진시설을 갖춰 강진이 발생할 경우 건물 붕괴 등 안전사고에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공공시설물 내진설계 기준은 1988년 도입돼 높이 6층 이상 또는 총면적 10만㎡ 이상 건축물을 지을 때 의무화하도록 했으며, 2005년부터는 3층 이상 또는 1000㎡ 이상 건축물로 강화했다. 법 도입 전에 세워진 공공시설물은 5년 단위 내진보강 기본계획에 따라 내진설계를 이행해야 한다.
그러나 심각한 재정난이 발목을 잡아 내진설계가 돼 있지 않은 학교 등 공공시설물에 대한 내진보강은 요원한 상황이다. 해당 시설의 관리기관이 예산 마련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데다 관할 지방자치단체도 이렇다할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법 도입 이전에 지어진 민간 건물들에 대해서는 내진설계를 강제할 근거도 없다.
광주시의회 김동찬 의원은 “지방세특례제한법에 따른 조세 감면 등을 통해 사각지대에 놓인 3층 이하 노후 민간건축물에 대한 현실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취약지역 선정과 보완책 수립, 대피소 실태 파악과 관리상태 점검도 시급하다”고 밝혔다.
시 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가 내진공사는 교육환경개선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지원에 난색을 표하면서 자체 예산으로 충당하다보니 버겁다”며 “대지진은 국가적 재앙인만큼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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