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뼈 아닌 돌덩이’… 15일부터 옛 광주교도소 내 발굴 조사 재개 너릿재 인근서도 5·18 암매장 유해 못찾아

옛 광주교도소와 함께 가장 유력한 5·18민주화운동 암매장 추정 장소로 지목됐던 전남 화순군 너릿재 인근에서도 암매장 흔적을 찾지 못했다.
광주시와 5·18기념재단은 14일 너릿재터널 인근 도롯가와 너릿재공원 주차장 등 2곳에 대한 발굴 조사를 벌였으나 암매장 흔적을 찾는데 실패했다.
땅속탐사레이더(GPR·Ground Penetrating Radar) 분석 결과 지하 60㎝ 깊이(기반토와 도로 기반층의 경계선)에서 사람 두개골과 비슷한 반사파 현상이 감지됐던 터널 주변 도롯가에서는 암석과 돌덩이가 나왔다.
너릿재공원 주차장도 지하 1m 가량 파내려갔지만 암석층만 확인했다.
김양래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땅속탐사레이더에 잡힌 이상 신호는 결국 불규칙한 암반이었던 것 같다”며 “실망스럽지만, 행방불명자들을 반드시 찾아야 하고 찾아낼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 발굴 조사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상임이사는 이어 “너릿재는 암매장과 관련해 굉장히 다양한 제보가 있는 곳”이라며 “7공수가 주둔했다. 그들의 제보와 증언이 필요하다. 책임을 묻지 않는 조건으로 직접 매장했던 사람들이 제보할 수 있도록, 5·18 진상규명 특별법이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념재단은 오는 15일부터 옛 광주교도소 내 발굴 조사를 다시 시작한다.
교도소 북동쪽 감시탑 인근 울타리 넘어 공터, 남서쪽 감시탑 주변을 중심으로 암매장 흔적을 찾을 예정이다.
땅속탐사레이더에 유의미한 신호가 잡힌 옛 상무대 인근 광주천변 자전거 도로 부근도 광주시의 협조를 받아 발굴 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한편 이날 발굴 조사를 벌였던 너릿재 인근은 “5·18 직후 대낮에 군인들이 굴착기 등 중장비를 사용해 마대 자루를 묻고 있었으며 자루 밖으로 나와 있는 시신의 머리를 봤다”는 제보가 있던 곳이다.
최근에도 ‘지난 1981년 가을, 너릿재 근처에 약초를 캐러왔다 운동화와 사람의 다리뼈를 보고 놀라서 돌아갔다’, ‘상당히 많은 시신이 묻혀있던 장소가 있었다’ 등의 제보가 이어졌다.
또 1980년 5월 당시 너릿재 터널은 7공수에 의해 사살되고 연행된 2명의 행방이 사라지기도 했다.
2007년 국방부 과거사위 보고서와 보안사 ‘광주사태 상황보고’ 등에 따르면 7공수는 1980년 5월22일 너릿재 터널 입구에서 화순에서 광주로 넘어오던 2.5t 트럭에 총을 쏴 1명을 사살하고 1명을 연행했다.
당시 연행자와 사망자의 신원과 행방은 여태 확인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