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심의 결과 광주·전남의 국비 요청액이 대폭 반영된 것을 두고 호남을 텃밭으로 하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 표심을 의식한 ‘제 논에 물대기’라는 곱잖은 시선과 12년 만의 호남 양당 대결 구도가 가져온 긍정적 효과라는 분석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6일 광주시에 따르면 2018년도 광주시에 대한 국비지원 사업비가 정부안 1조7803억원보다 31건 1940억원 증액된 1조9743억원으로 최종 확정됐다. 올해 국비 확보액(1조8292억원)보다 1451억원, 비율로는 7.9%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다. 신규 사업은 54건 1125억원, 계속사업은 187건에 1조8618억원이다.
전남도는 6조16억원으로, 지난 8월 정부예산안 확보액 5조5033억원보다 4983억원(9%)이 늘었다.
‘SOC 등 물적 투자는 축소한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SOC 예산이 10.8% 감액됐으나 오랜 숙원사업인 호남고속철도(KTX) 2단계(광주송정~목포) 사업에 422억 원 증액되고, 남해안철도(목포∼보성) 678억원, 광주∼완도 간 고속도로 1513억원 등 전체적으로 SOC 현안에 정부안보다 3600억원이 증액됐다.
대풍은 아니지만 대형프로젝트에 첫 ‘국비 물꼬’가 트이고, 주요 현안에 실탄이 추가 지급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게 관가의 반응이다.
반면 정가 분위기는 미묘한 신경전 양상이다. 민주당은 ‘집권 여당의 힘’이라는 입장이고, 국민의당은 ‘현역 국회의원들의 힘’이라는 주장이다.
8명 전원 국민의당 소속인 광주지역 국회의원들은 보도자료를 통해 “국민의당 의원 8명이 똘똘 뭉치고, 역할 분담을 통해 1908억원의 지역 예산을 확보했다”고 자찬했다.
김경진 의원은 “김동철 원내대표를 필두로 박주선, 장병완, 천정배, 권은희, 최경환, 송기석 의원이 각각 담당 예산을 분산해 설득·요구하면서 큰 성과를 낼 수 있었다”며 “지금까지 그래왔듯 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사이에서 적극적인 중재안을 제시·관철시키며 호남 현안과 예산 확보에 노력했다”고 밝혔다. ‘예산 캐스팅보트’로서 실익을 챙겼다는 논리다.
전남지사 출마예정자인 박주선, 주승용 의원도 각각 보도자료를 내고 “여수시 국비 4415억원을 확보했다”, “목포시 등 지역 예산 4205억원을 따냈다”고 강조했다.
이에 민주당 광주시당과 전남도당은 “내년 정부예산에 광주·전남 요청 사업들이 대거 반영된 것은 정부의 결단, 집권당의 힘으로 지역 발전의 재도약의 계기를 마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도당은 공동성명을 통해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국정자문위 단계부터 광주·전남 현안 해결을 위한 노력을 줄기차게 펼쳐 왔고, 이번 성과는 그 결과물”이라며 “기획재정부는 호남고속철 무안공항 경유에 대해 줄곧 ‘사업비 과다’를 들어 반대 입장을 견지했으나, 끝내 관철시킨 건 정부의 결단과 집권당의 의지와 힘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당의 뿌리이자 심장부인 광주·전남의 국비사업이 대폭 반영된 것을 72만3000여 당원의 이름으로 다시 한번 환영한다”며 “이를 계기로 광주·전남 재도약은 물론 나라다운 나라, 공정한 대한민국 건설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상대당의 협조나 양당 협치, 물밑 교섭 등에 대한 언급은 양당 모두 전무했다. ‘상대당 띄우기’는 더 더욱 없었다. 이를 두고 정·관가에서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민심을 선점하기 위해 아전인수하는 것으로 비춰진다”며 “잘하면 내 탓, 잘못하면 네 탓하는 정치권의 습성 아니겠냐”고 애둘러 비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일당 지배체제가 아닌 양당 경쟁 체제가 되다 보니 한 푼이라도 더 주려고, 한 푼이라도 더 받아 내려고 노력한 성과물 아니겠냐”며 양당제의 긍정적 효과, 시너지로 보는 시각도 적잖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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