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자(朱子, 1130년-1200년, 중국 송나라 때의 유학자)의 부친은 일찍이 벼슬을 지낸 적이 있으나, 주자가 태어날 무렵에는 이미 관직을 떠나 있었다.
당시 송나라는 영토의 절반가량을 금나라에 빼앗겼는데, 조정에서는 금나라와 화평하자는 의견과 항전하자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있었다.
이때 주자의 부친은 화평을 주장하는 재상 진회(秦檜-금나라에 대하여 신하의 예를 취하고, 세금을 바침)에 반대하여 분연히 사직하였다.
열일곱 살에 진사에 합격한 주자가 한 현(縣)의 주부가 되어 있을 무렵, 금나라 군사들이 물밀듯이 쳐들어와 조정의 문무백관들은 모두 당황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이에 혈기왕성한 주자가 효종에게 글을 올렸다.
“원수와는 같은 하늘을 머리에 이고 살아갈 수 없습니다. 끝까지 대항하여 싸워야 합니다.”
그러나 당시의 재상 역시 담이 작고 겁이 많은 사람인지라, 주자의 건의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그는 비분강개(悲憤慷慨)한 심정으로 조정을 떠나 은거하면서 독서와 저술에 온 힘을 쏟았다. 주자가 50세 무렵, 효종은 그에게 다시 남강군을 맡아주도록 청하였다.
주자는 강서성 여산 오로봉 아래에 백록동 서원(白鹿洞書院-그곳에서 흰 사슴을 많이 길렀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생겼음)을 세우고, 사방의 유명한 학자들을 초빙하였다. 백록동 서원의 교육조목은 이후 700년 중국 교육의 지표가 되었다.
백록동 서원을 창립한 이듬해, 그곳에는 큰 가뭄이 발생하였다. 백성들이 살 곳을 잃고 헤매는 데에도 나라에서는 조금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에 주자는 효종에게 상소문을 올려 비분강개하는 말투로 하나하나 꼬집었다. 그렇지만 주자의 격렬한 문장을 본 효종은 노발대발하였고, 마침내 그를 강서의 상평 지방으로 내쫓고 말았다.
영종이 왕위에 오를 때, 주자의 나이는 이미 66세의 고령에 이르러 있었다. 그러나 그의 열정은 젊은 시절의 그것과 조금도 다름이 없어 한탁위 같은 무리들의 발호(跋扈-권세나 세력을 마음대로 하여 횡포하게 날뜀)를 너그러이 보아주지 못했다.
그러나 주자의 간언을 들은 영종은 도리어 주자를 해직하여 시골로 다시 돌려보내고 말았다. 이 기회를 틈타서 반대파들은 아예 주자학(朱子學)을 금지하도록 압력을 가하였다. 심지어 몇몇 간신배들은 주자의 목을 베어야 한다고까지 참소하였다. 이리하여 주자는 무고하게 반당으로 몰렸고, 황제는 “조정에 사람을 추천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성리학도가 아님을 보증하라!”는 명령을 내릴 정도였다.
이에 분개한 주자는 수만 단어에 이르는 상소문을 작성하여 성리학이 그릇된 것이 아님을 변호하려 하였으나, 제자들이 강력히 만류하였다. 처음 그는 이러한 제자들의 말을 듣지 않았으나, 점을 쳐본 결과 흉괘(凶卦)가 나왔기 때문에 두려워하여 몰래 상소문을 태워버렸다. 그리고 조정에는 뉘우치는 글을 올림으로써 무거운 형벌을 면하였다고 한다.
주자는 살아생전 권력자들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하였다. 그러나 타계한 후 새로운 평가를 받게 되었다. 남송의 황제 이종(理宗)은 주자에게 태사(太師-왕자의 스승)의 관직을 추서하고, 그가 주석을 단 사서(四書-<논어> <맹자> <중용> <대학>을 통틀어 일컬음)를 학생들의 교과서로 지정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주자학은 고려 말엽에 들어와서 조선의 정치와 사상계를 완전히 지배하였다. |
다음기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