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5·18 관련 의혹들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특별법이 조기에 마련돼야 합니다.”
7일 브리핑에서 밝힌 국방부 5·18 특별조사위원회의 제안은 이번 조사의 한계를 보여주는 동시에 앞으로의 과제를 던졌다.
이날 특조위는 국방부가 38년 동안 부인해 왔던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사격을 공식 인정했다. 광주 시민에 대한 헬기 사격을 ‘반인륜적 범죄 행위’로 규정하고 군 당국의 깊이 있는 사과를 촉구했다.
5·18 당시 공군이 제10전투·제3훈련 비행단에서 전투기·공격기에 폭탄을 장착한 채 대기한 사실도 확인했다.
하지만 완벽한 진실 규명과는 거리가 있었다.
무장한 헬기를 몰고 광주 상공을 비행했던 조종사 5명은 “헬기 사격은 하지 않았다”고 끝내 부인했다.
헬기 사격을 입증할 만한 계엄사령부의 헬기작전계획 실시지침과 명령을 최초로 확인했지만, 실제 사격이 이뤄졌다는 내용이 담긴 헬기운행일지 등은 찾지 못했다.
공군의 전투기 폭격 대기에 대해서도 “군이 광주폭격을 포함한 진압작전계획을 검토했는지 여부”를 확정하지 못했다.
특조위는 “5·18과 관련 군 자료 원본을 찾기 어려웠고, 일부 기관의 비협조와 강제조사권이 없어 조사에 많은 제한이 있었다”고 이유를 밝혔다.
국방부가 군에 불리한 자료를 의도적으로 은폐·왜곡해 5·18 관련 중요 내용들이 제대로 기재돼 있지 않거나, 마이크로 필름(MF)으로 전환하면서 보존 연한의 경과 등을 이유로 자료가 폐기됐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반인륜적 범죄 행위’인 헬기 사격 등에 대한 최종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밝혀내지 못했다.
특조위는 “독립적인 조사기관의 성역 없는 자료 수집과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가 보장돼야 한다”며 강제 수사권을 지닌 진상조사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번 특조위 조사가 헬기 사격과 전투기 출격 대기에 제한됐던 점도 또 다른 과제를 남겼다.
미완의 진실로 남아 있는 최초 발포 명령자, 5·18 행방불명자와 암매장 등은 제대로 된 조사조차 하지 못했다.
이는 특조위가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5·18 관련 의혹들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5·18 진상규명 특별법’이 조기에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한 이유다.
‘5·18 진상규명 특별법’이 규정하고 있는 조사 범위는 발포 명령자를 포함해 5·18 당시 암매장 의혹, 군과 국가기관에 의해 조작된 인권유린 사건 등이다.
5·18 진상규명 특별법에 근거해 강제수사권을 가진 진상규명위원회가 꾸려져야만 결국 미완으로 남아 있는 5·18의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6일 ‘5·18 진상규명 특별법’ 공청회를 마친 국회 국방위원회는 오는 8일 법안심사소위원회, 9일 전체회의를 앞두고 있다.
전체회의를 통과하면 오는 20일과 28일 열리는 ‘2월 임시국회’ 본회에서 특별법 제정 여부가 결정된다.
이에 대해 특조위는 “조사 활동 중 5·18관련 군 기록 조작에 대한 검증 등으로 진실규명을 위한 새로운 기초를 놓았다”고 자평한 뒤 “조사 활동의 모든 과정을 담은 특별조사위원회의 백서 및 조사기록, 62만쪽에 달하는 각종 자료들이 앞으로 역사적 진실규명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나의갑 5·18민주화운동기록관장은 “5·18 관련 진실조사는 지금까지 세 차례 이뤄졌으나 아예 조사 자체를 하지 못한 부분이 적지 않을 뿐 아니라 그 핵심인 ‘진실’ 또한 명확하게 밝혀내지 못했다”며 “이로 인해 ‘전두환 회고록’을 포함해 지만원 등 일부 세력들에 의한 5·18 왜곡과 폄훼가 지속적으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5·18 진상규명은 정치적 문제가 아닌 역사적 진실을 밝혀내 이 땅의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것”이라며 “사회적 갈등 해소와 국민통합을 위해 5·18의 진실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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