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을 위한 여야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민갑룡 경찰청장 내정자가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고 취임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일정대로라면 9일까지 청문회 경과보고서가 국회에서 채택돼야 하지만 원 구성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아직 청문회 일정도 잡지 못한 상태다.
국회와 경찰청 등에 따르면 각 당 원내대표들은 지난 6일 조찬 회동을 갖고 원구성 협상을 이번 주 초까지 마무리하기로 합의했다. 오는 17일 열리는 제헌절 70주년을 앞두고 국회의장도 없이 행사를 치를 수는 없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는 지난달 20일 인사청문 요청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국회는 임명동의안이 제출된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청와대에 보내게 돼 있다. 이 데드라인이 9일이다.
만약 기한을 넘겼다면 대통령은 열흘의 말미를 줘 다시 경과보고서를 송부할 것을 국회에 요청할 수 있다. 그렇다면 최종 기한은 18일까지라는 얘기다. 여야가 이번주 원구성을 마치면 청문회가 아예 불가능한 일정은 아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6일 “주 초까지는 반드시 원 구성 협상을 끝내야 주 중에 국회 정상화를 할 수 있다”며 “경찰청장 청문회를 마쳐야 하고 신임대법관 3명에 대한 청문회와 본회의 인준절차를 마치지 않으면 사법부 마비가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문제는 원 구성이 되더라도 국회가 경찰청장 청문회에는 딱히 관심이 없다는 데 있다.
통상 청문회는 야당 국회의원들이 자신과 당의 존재감을 보여주기에 적격인 자리다. 그러나 지방선거 참패 이후 제 코가 석자인 야당은 내부 수습에 급급해 청문회에는 신경쓸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한 야당 의원실 관계자는 “제헌절까지 협상을 못하면 국민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게 될테니 늦어도 이번주 초에는 원 구성 협상을 마무리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국회가 경찰청장 인사청문회에 크게 관심이 없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내정자에 날을 세워야 할 야당 입장에서는 제대로 준비도 안 된 마당에 청문회를 해봤자 꼴만 우스워 질 것이란 자조섞인 분위기도 나온다는 전언이다.
게다가 상임위원회 배정을 앞두고 행정안전위원회를 희망하는 의원들이 적다는 점도 ‘맹탕 청문회’가 될 확률을 높인다.
본래 핵심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 정보위원회나 최근 이슈가 많은 외교통일위원회와 국방위원회,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고 지역구 예산을 끌어오기 쉬운 국토교통위원회 등과는 달리 행안위는 인기가 많지 않다.
최근 의원들의 희망 상임위 현황을 집계한 바에 따르면 22자리나 되는 행안위에 소속되기를 희망하는 의원들은 5명 내외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상임위를 희망했던 의원들이 원치 않게 행안위로 오자마자 청문회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날카로운 질의가 쏟아지는 ‘송곳 청문회’가 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경찰청 청문회준비팀 관계자는 “원 구성이 안 되다보니 의원실에서 자료를 요청하는 일은 특별히 없다”며 “정식으로 청문회를 거친 뒤 취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기존 임장엔 변함이 없다. 수사권 조정, 경찰개혁, 여성 몰카 등 문제제기가 이뤄진 부분들을 중심으로 열심히 대비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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